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가?
사람은 언제 행복을 느끼는가? 아니! 언제 불행하다고 느끼는가? 자신의 형편이 남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할 때, 남들에게는 평범한 것이 자신에게는 평범하지 않은 것이 될 때. 예를 들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보금자리, 음식 등일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일본의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만화 리틀 포레스트를 리메이크한 한국 ‘리틀 포레스트(2018년 개봉)’의 주인공 혜원(김태리)은 사람 많은 도시에서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살고 있는 그녀는 편의점에서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삶이 녹록지 않다. 그녀의 서울 생활은 답답함 그 자체였다. 그녀의 삶은 매일 견디고 견디는 삶일 뿐이다. 엄마가 차려준 따뜻하고 맛있는 밥을 언제 먹었는지, 친구와 편하게 이야기하며 놀았던 적이 언제인지. 그때의 기억이 그녀에게는 까마득하다.
고향으로 내려가는 결단
언제 합격할지 몰라 붙잡고 있었던 임용고시. 임용고시는 그녀를 서울에 있게 만들었다. 임용고시를 합격하면 취업은 물론이고 남자친구와의 연애도 더 순탄할 것이라 생각한 듯하다.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녀는 당장 서울에서 살아갈 생활비를 벌어야 했고, 시간을 쪼개 어려운 임용고시도 준비해야겠다. 그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버거운 것들이었다. 그런 그녀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바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갑갑했던 서울에서의 삶을 뒤로 하고 그해 겨울, 혜원은 서울을 떠나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간다. 집에 돌아온 그녀의 고향 집, 하지만 혜원의 집은 겨울의 칼바람처럼 사람의 온기는 찾아볼 수 텅 빈 집이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눈과 차가운 겨울바람에 꽁꽁 얼어버린 그녀의 몸을 녹여줄 온기였다. 혜원은 난로에 불을 붙여 집안을 따뜻하게 만들어 추위로 얼어붙은 몸을 녹인다. 몸을 녹였으니 이제 할 일은 허기를 달래는 일이다. 텃밭에 나가니 온통 새하얀 눈이 덮여 있다. 맨손으로 시린 눈을 거둬보았다. 보물을 발견했다. 바로 배추다. 배추를 뽑아온 혜원은 부엌에서 요리를 시작한다. 그런 그녀의 표정에서 서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미소와 행복이 머금어 있다. 뚝배기에서는 방금 뽑아온 배추로 끓인 국이 부글부글 맛있게 끓고 있다. 파를 송송 썰어놓으니 금상첨화다. 그렇게 끓인 배춧국 한 그릇을 먹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
친구들과의 재회
고향에 내려온 그녀의 집에 반가운 얼굴들이 찾아왔다. 바로 소꿉친구 재하(류준열)와 은숙(진기주)이다. 재하는 고향에서 과수원을 관리하고 있고, 은숙은 읍내 농협에서 일을 한다. 각기 삶의 모습은 다르지만 이들은 어린 시절을 함께해 온 친구들이다. 그래서 좋다. 혜원은 소꿉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수제비, 꽃 파스타, 아카시아꽃 튀김, 쑥갓 튀김, 콩국수, 달걀 샌드위치, 김치전과 두부전, 막걸리, 떡볶이, 무지개 시루떡, 감자 빵, 밤 조림, 곶감 등 모두 혜원의 엄마가 만든 것들을 보고 혜원이 따라한 것들이다. 혜원의 엄마는 남편이 아프자 혜원이 4살 때 요양을 위해 남편의 고향으로 왔고, 남편 사후에도 시골에 계속 남아있었다. 혜원의 엄마는 혜원이 수능을 본 뒤 며칠 후, 편지를 숨겨두고 홀연히 떠난다. 그 이후 혜원은 엄마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혜원은 음식을 하며 엄마를 생각한다. 혜원의 음식에는 엄마에 대한 추억, 그리움이 묻어나 있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가장 기초적인 인간관계는 바로 엄마와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혜원은 거친 세상살이에서 엄마의 품이, 엄마의 음식이, 엄마가 주는 푸근함과 따스함이 그리운지도 모른다.
함께하는 친구들과 제철음식
계절이 바뀔 때마다 혜원은 친구들과 농사를 짓고, 수확을 한다. 무더운 여름에는 계곡에 물놀이도 가고, 서울에 있었을 때는 타지 못했던 자전거를 타며 숲길을 거닌다. 바람을 느끼고 풍경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평안과 안정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혜원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계절에 맞는 엄마가 해주신 맛있는 음식들을 기억하며 요리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소꿉친구들과 나누어 먹는다. 맛있는 음식, 어린 시절을 공유한 편안한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음식과 사람 이보다 더한 행복의 요소가 있을까? 혜원은 서울에서는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고향에 와서 그것을 누리고 있다. 행복을 잊고 살았던 혜원은 참 행복을 찾은 듯하다. 하지만 사람 사이에는 문제가 생기는 법. 혜원과 재하, 은숙 이 셋 사이에 묘한 기류가 형성 된다. 이 친구들은 이 묘한 기류 가운데 어떤 선택을 할까?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 속에 또 어떤 추억과 행복들이 깃들게 될까? 이것을 찾아보는 것이 이 영화의 또 다른 묘미가 될 것이다.
감상 포인트
첫째, 어머니에 대한 기억. 혜원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계절에 맞는 맛있는 음식을 해 먹는다. 그 음식들은 모두 혜원의 엄마가 혜원에게 해준 음식들이었다. 혜원은 음식들을 만들며 엄마에 대한 추억을 곱씹는다. 혜원의 음식은 그저 음식이 아니라 엄마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추억을 담고 있다. 엄마와의 따스한 관계는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깔려있는 행복 요소이다. 둘째, 계절마다 변하는 풍경. 혜원이 있는 시골은 도시보다 계절의 변화가 크게 느껴진다. 따스한 햇살, 바람, 비, 눈 그리고 그것에 의해 자라고 채소, 곡식, 열매 등.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계절의 풍경미를 이 영화에서 느낄 수 있다. 셋째, 혜원의 표정. 서울에서의 혜원의 표정, 그리고 혜원이 나오는 장면은 모두 어둡게 처리된다. 반면 시골로 내려온 혜원의 표정 특히나 음식을 만들고 맛볼 때 미세하게 보이는 그녀의 밝은 표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혜원과 함께 미소 짓게 만든다. 그녀의 표정에서 나오는 행복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소꿉친구들. 혜원은 ‘재하’, ‘은숙’이라는 소꿉친구를 가지고 있다. 아무런 꾸밈없이, 허세 없이 만나서 이야기하고, 밥 먹고, 속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이다. 인생에서 이런 친구들이 있다면 또 그런 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쌓는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일 것이다. 영화를 보며 어린 시절 함께 시간을 보낸 친구들을 그리워 해보는 것, 또 그 친구들에게 연락하며 다시금 관계의 끈을 이어가는 것, 그 관계를 더 돈독히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행복의 요소는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해 하는가? 음식, 주거,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과 함께하는 마음 맞는 사람들이 있을 때 행복을 느낄 것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지금 내 삶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이들이 주인공이 전해주는 행복과 평안을 느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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